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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영화) 후기 -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쿠키없음)

개개비 2023. 9. 23. 23:28

내가 좋아하는 포스터인데 감독님이 깜찍한 그림으로 그린걸 발견해서 정식 포스터 대신 올렸다

 

보게 된 경위

 

스릴러 하면 보통 장르적 특성상 편히 쓰이는 소재와 전개 방식이 있고 한계가 있어 새로운 작품을 만나기 힘든 편이라고들 한다.

나는 애초부터 스릴러, 혹은 호러란 장르를 싫어하는 쫄보인 터라 영화에 대한 정보를 아예 모르고서 보는걸 좋아하면서도 스릴러거나 호러가 들어가는지, 들어간다면 잔인한 정도가 강한지는 꼭 확인을 하고본다.

그런 내가 내 돈을 주고 내 발로 자진해서 본 첫 스릴러(기억 한도내에) 영화가 이것으로

원래는 오펜하이머를 보려 하였으나..

 

영화제 초청 기념 특가라고 온 영화관에서 반값으로 상영중이다. (반값이지만 9천원이다!)
거기다 봉준호 감독이 칭찬을 하였다고 한다.
잠이란 제목인걸 보면 시각적으로 써는 영화는 아닐 것이다(추측)
나도 나이를 먹었으니 내성이 좀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이유로 용기를 가지고 보러 가게 되었다

 

 

영화를 본 직후에 느낀 의식의 흐름

1장

영화는 시작 부분만 보면 장르가 드라마인가 싶을 정도로 매우 일상적인 소재로 진행된다.

무명 혹은 조연급 배우인 남편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젊은 부부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지탱하며 행복하게 사는 모습은 이게 출산율 감소로 인한 결혼 바이럴인가 할 정도로 참 보기좋게 진행된다.

거기다 이사 왔다는 주민이 억울한 층간소음으로 지적을 하는 모습은 부실공사나 이웃간의 단절, 혹은 배려부족 등 현대인이 공감하기 좋은 소재들로 내가 영화를 잘못 찾았나 생각이 될 정도이다.

 

허나 피에 약한 내가 정신적 스릴러일거라고 단정지은걸 꾸짖듯이 구토가 마려운 전개로 긴장 풀지 말라고 경고를 보내주더니(종이에 베이는 상상만해도 괴로워 하는 지라 일상적인 잔인함이 너무나 와닿아서 지금도 얼굴에 닭살이 오르는 기분이다)

가장 큰 피해자이자 목격자인 정유미는 점점 고통받아 가는데..

모녀가정으로 살아와서 더욱 집착하는 듯한 부부의 결속력을 보는 사람 입장에선 "아 그냥 혼자 자러간다는데 거기 좀 며칠만 보내봐 애떨어지겠네!!" 란 속끓는 전개로 이어지고

결국 일을 크게 치르고서 2장으로 넘어가는 것에 탄식이 나왔다.

다행인건 더 심한 것을 상상했는데 15세 등급에 걸맞게 내 상상만치는 나오지 않았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리고 1장에 대한 감상은

 

"내 결국 그럴 줄 알았다!"

 

2장

다행히 애는 떨어지지 않고 무사히 출산하여 귀여운 아기가 나와서 한숨 돌렸다.

나는 저런 신생아도 배우가 나왔단것에 놀라 혹시 요즘 말하는 그래픽 합성으로 만든 아기인지에 대해 추측을 해가며 더욱 더 쉬이 볼 수 없는 잠에 대해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점점 악화되어 가는 상황

 

나는 병원에 갈지말지 별 거 아닐지 고민되면 차라리 돈주고 별 거 아니었네요 라는 이야기를 듣고 오는게 낮다고 경험한터라(사실 일반인이 자가진단해서 별거 아니겠지해서 가면 대부분 별 거라고 진단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미신이고 종교고 풍수지리도 안믿지만 차라리 굿을 해서라도 마음이 편해진다면 진작 했어야 한다고 본다.

애초에 종교나 믿음이란 것들은 인간이 불안함을 없애고 기댈 곳을 찾다가 생긴것이 아니한가.

차라리 진작 굿을 했어야 한다 생각한다.

그리고 무당복을 입지않고 평범하게 세련된 요즘 아주머니 차림으로 나온 무당에 신선함을 느꼈다.

 

 

3장

이제는 가해자이던 이선균이 피해자로 돌아서는 구도로 변하는데 이 또한 신선하다

일반적인 스릴러라 하면 피해자였던 가해자가 나오긴 해도 극 초반 프롤로그 부분에 해당하는 터인데 이 영화는 앞부분은 이선균 뒷부분은 정유미인 전개로 진행된다.

물론 이선균 입장에선 너무나 억울하겠고 본인도 할만큼 하면서도 결국 끝엔 경악하였지만 아무래도 저지른 행동이 행동인터라 답답해 죽겠지만 미쳐가는 정유미가 좀 더 이해가 되긴 하더라

이선균이 진작 받아줬다면 더 큰 사달이 벌어지는걸 2장에선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정유미가 업무로 작업하던 ppt가 후반에 빛을 발하는거 또한 참으로 특이한 복선회수였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화를 당한건 부부라는 것에 집착하던 정유미에게 이혼도 할만하다는 위로를 건내줘서 입은 화가 아니었을까...

앤드류가 죽었다며 우는 아주머니의 떨리는 목소리에 나까지 눈물이 흐를뻔 했다

쓰는 지금도 슬프다

나는 내가 생각해도 감정이입하는 포인트가 특이하다..

 

개인적으론 마지막 승천은 이선균은 연기라고 해석하는 편이기도 하고

(정말 귀신이라면 참으로 악독한 할아버지겠지만 새로 이사오기 전부터 층간소음에 대해 갈등이 있던거 보면 터질게 터졌다고 해석하고 있다.)

아무리 경악스러워도 저지른 일이 있는 입장에선 이선균이 진작 좀 하자는걸 빨리 했어야 하나라도 희생이 덜 되지 않았을지 참 주변 이웃들만 고생이었다.

스릴러란게 원래 그런 문법이지만 참 색다른 방법으로 보는사람 답답하게 만드는 부부였다.

초반부터 불길하게 들고다니던 전동드릴은 결국 예상되는 방식으로 복선회수가 되고...

그리고 위에도 적었듯 연기라고 해석하는 결정적 이유는 역시 마지막 이선균의 코고는 소리

잠이란 주제에 맞게 수미상관을 표현했다 봐도 좋겠지만 몽유병에 대한 공포는 끝나지 않는단 결론일지도

 

어찌되었건 일은 터졌으니 이 부부의 앞날은 썩 밝지 않을거란 의미에선 문제가 해결되었어도 찝찝한 것이 스릴러의 문법을 정확히 따라갔다고 볼 수도 있겠다.

 

 

아무튼 보면서 장르상 필연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으나 특이한 소재와 복선회수, 군더더기 없는 연기, 한 영화를 3분기로 쪼갠 구성, 요즘 같은 때에 두 명이 봐도 2만원이 안넘는 초특가 기회 등 나보다 더 내성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추천할 구석이 많은 영화였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미신도 나쁘지 않다(영화에서 한정으론 차라리 불러야 광신으로 빠지지 않을 듯하다..)

좋은 신념이라도 과한 집착은 화를 부른다.

문제의 기미가 보이면 바로 병원을 가자.

병원은 꼭 한 곳만 고집해서 다닐 필요가 없다.

여러명이 같은 이유를 지적한다면 내가 정말 문제가 아닌지 주관을 버리고 한 번 정돈 고민해보자

내 생각과 달라도 큰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면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주는게 태풍을 피하는 방법이다.

 

 

 

하루가 지난 뒤 정리된 생각

 

작중 밖에서는 본의건 아니건 이선균의 선빵이었지만 영화 내부에서 보면 철저히 정유미가 가해자인게 아닐까

사건의 시작은 몽유병때문으로 보였지만 사실 영화 속 기준이라면 외박생활을 반대하고 함께란 것에 집착한 정유미가 진정한 가해가자 아닐까

이혼이 나쁜 것도 아니고 흔한 것도 아니지만 상처받는 이들이 존재할 수 있단 것을 잊지 말자는게 감독이 의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