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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Black Panther)+4dx 후기 본문

영화

블랙 팬서(Black Panther)+4dx 후기

개개비 2018. 3. 4. 08:35

 

 

*스포일러 주의*

 

전체적으로 의식하지 않고 흐름에 몸을 맡기면 잘 빠진 영화였다.

전통적인 문화와 오버 테크놀로지가 융합된 와칸다의 연출은 말할 것도 없이 훌륭했고,

전작의 사건으로 인해 왕위를 계승하면서도 갈등하던 주인공이 사건을 거쳐 진실을 알게 되고 성장하며, 잘못된 선조들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왕이 되겠다고 하는 전개 또한 어색함이 없었다.

또한, 주변의 조연들과 빌런들도 상당히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였고, 화려한 액션신과 팬서비스(부산 등장), 은근하게 녹여낸 인종 차별과 흑인 사회의 문제점, 세련된 연출의 엔딩 크레딧 영상과 늘 있는 쿠키 영상까지 얼핏 봐선 모난 곳도 없이 괜찮게 느껴졌다만, 영화관을 나와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모난 곳은 없는 대신 에멘탈 치즈처럼 구멍이 군데군데 나 있는 느낌이었다.

 

한마디로 '김이 반쯤 빠진 콜라' 같은 영화랄까.

방금 딴 콜라처럼 탄산이 강력하지도, 김이 완전히 빠져서 콜라의 매력이 완전히 날아가지도 않고

약간 아쉽지만, 그럭저럭 먹을만한 정도였다.

 

일단 전체적인 큰 흐름이 지나치게 무난하다.

이미 비슷한 장르들과 변주를 볼 만큼 봐온 사람들이라면 뒤에 어떻게 전개가 흐를지 초반 전개만 봐도 다 알겠구나 싶을 정도로 반전도 거의 없고 무난하기 짝이 없다.

물론 히어로 영화의 첫 시리즈작에서 엄청난 걸 기대하진 않지만, 너무나 정직하게 기승전결을 따르니 싱겁게 느껴졌다.

 

이럴 경우 히어로 영화라면 화려한 액션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영화의 맛을 살릴 텐데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등장했다만 가장 큰 핵심인 액션이 너무나 약했다.

 

처음 블랙 팬서가 등장할 땐 너무 어둡고 순간적이라 뒤에 가선 나왔었는지 가물가물할 정도였고

2시간 정도 되는 시간 계속 틈틈이 싸우긴 하는데 잔잔한 호수에 나뭇잎이 몇 번 떨어져서 생기는 파문처럼 박진감이 영 약했다.

초반부에 나오는 왕위 계승 대결씬 정도의 긴장감이 쭉 이어지는 수준으로

제일 중요한 마지막 싸움보단 중반 즈음 부산에서 싸우는 장면이 액션씬으론 제일 강렬할 정도.

거기다 '블랙 팬서'인데 '블랙 팬서'로 나오는 장면이 별로 없다.

보통 이런 히어로영화면 초반에 각성하기 전을 포함하더라도 영화 분량의 7~80%는 슈트를 입고 활약하지 않던가.

전체적으로 분량이 적었어도 마지막 사촌과 싸움에서 크게 한방 터트리며 싸웠으면 충분히 무마되었을 것 같은데

부족들끼리 싸우는 거 보여주랴 조종기로 싸우는 거 보여주랴 화면 전환은 계속되는데 그 장면 하나하나의 박진감도 약하고

제일 중요한 싸움인데 오히려 부산 밤거리의 싸움이 더 강렬하게 기억 속에 남았다.


그리고 캐릭터들은 주·조연들 대다수 매력적이고 잘 표현하긴 했다만

아버지의 원수는 허무하게 죽어버리고 주인공의 친구는 크게 대립할 것 같더니 막상 때가 닥치니 여자친구의 회유에 금방 돌아서고

CIA 요원은 영 찝찝하게 굴 것 같더니 내내 성실한 조력자로 활약하고(다만 죽기 딱 좋은 클리셰의 전개가 계속 나왔는데 살아나서 놀랐다. 이쯤 되니 후속작에서 와칸다의 누군가와 썸이라도 타서 결혼하지 않을까 싶더라.) 메인 빌런은 확고한 캐릭터성과 서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액션신이 싱겁게 끝나버려서 아쉬울 따름이었다.

 

조금만 더 고치면 아주 좋은 영화가 되었을 것 같은데 후속작에선 단점보완을 좀 했으면 하고

쿠키 영상에선 뜬금없이 기술 커밍아웃을 하던데 뒤에 수습을 어떤 식으로 할지 내 머리론 도저히 상상이 안 되어 뒤 시리즈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그리고 개그들이 내가 봐온 지난 마블 영화들 보다 영 심심하더라.

 

+

4dx는 여태 유니버설스튜디오 같은 곳에서나 비슷하게 체험해봤고(명칭이나 여러 가지 다른 점들이 있다만) 그런 곳에선 탑승자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스토리는 없지만, 영상연출과 의자의 흔들림과 각도 같은 효과로 직접 체험하는 재미와 몰입감만큼은 끝내줬었고 그런 걸 경험했던 기억이 남아 있어서 그런가

생각보다 너무 약했다.

의자가 흔들리는 것도 약하고 물을 뿌리거나 등을 치는 것도 약하고

향기는 페브리즈인지 에프킬라인지 하여튼 익숙한 향이 은근히 나더라

물론 과하면 진짜 영화 몰입에 방해되었겠지만 그렇다고 몰입에 도움이 되는 느낌도 들지 않고

3d 안경을 끼지 않는 영화여서 그런진 몰라도 여러모로 너무나 애매하다 싶었다.

하지만 4dx는 아니지만 3d 안경을 끼는 영화를 봤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아직은 그냥 기본 스크린으로만 영화를 봐도 딱히 아쉽거나 부족하게 느껴지진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