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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포레스트(2018)

개개비 2018. 3. 29. 17:13

 

 

원작이나 일본판 영화의 내용은 하나도 모르고 보고 있으면 배고파지는 영화, 지친 2~30대 젊은이들을 위한 힐링 영화 등의 소문만 듣고 영화를 봤다.

하지만 나는 속고 있었다. 이 영화는 사실 힐링 영화가 아니다.

 

주인공 혜원은 시골이 싫어 도시로 떠나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실패하고 현실도피를 하러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왜 임용고시를 하는지 모르겠다.

밭일도 이것저것 척척, 직접 만든 유기농 재료들로 온갖 요리를 만들어 낸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배웠다지만 얼마 전까지 자취하던 젊은이의 모습(아마 일주일의 5번은 배달을 시켰을 것이다)은 전혀 비치지 않는다.

떡이 먹고 싶으면 떡을 해 먹는데 일반 떡도 아니고 색색깔 알록달록한 떡을 만들어 내며

수제비면 수제비 전이면 전, 간식이 당기면 밤을 따서 절이고 감을 말려 곶감을 해 먹으며 심지어 술이 당기면 읍내에서 사 오거나 배달은 안 시키고 술을 직접 빚어내서 만들기까지 하는데 차라리 요리사 자격증을 따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한편으론 상사의 머리를 탬버린으로 후려갈기는 친구는 상황이 잘 돌아가 잘리지 않은 채 월급쟁이로 잘 버티고 있고

도시의 생활에 염증을 느낀 다른 친구는 아버지의 밭을 반쯤 물려받아 젊은 농사꾼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것은 인생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게 운과 수저라는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한편 자신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고 안전을 추구하며 고시 공부를 하는 젊은이들에게 제자리로 돌아가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고, 또한 서울의 인구 집중 현상과 시골 노인연령층 문제를 완화하고자 젊은 사람들이 귀농해야 하며 우리의 먹거리를 사랑하자는 신토불이를 강조하는 약간의 꼰대 미와 현실성이 섞인 계몽영화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는데, 이것은 이것저것 잘해 먹고 술도 한번 마시면 코가 삐뚤어지게 마시지만 날씬한 배우들과 평화롭고 아름다운 시골풍경을 영화 내내 보여주어 환상을 품게 하는 연출을 했다는 것으로 증명할 수 있다.

 

 

 

 

 

 

는 농담이고...

 

 

복잡한 세상 머리 아픈 우리들을 위한 시골 판타지 힐링 영화가 맞았다.

아메리칸 드림처럼 주인공은 서울 드림을 꿈꾸며 상경을 했다가 좌절하고 고향 시골로 내려오지만

서울로 가려 했던 꿈도 어느새 눈 녹듯 사라져 봄이 되 듯 자연스레 시골에서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현실 도피라는 지적을 받아 잠시 흔들리기도 하지만 곶감이 익고 벼가 고개를 숙이듯 조용히 변해가며 마음을 다잡는다.

시골이라고 그리 평화롭고 조용하지만은 않겠지만 중간에 아주 살짝 배스킨라빈스 맛보기 스푼 정도의 단점만을 보여주고 작품 내내 문제라고는 아주 사소한 친구와 다툼 한 번 정도, 한 해 큰 농사가 망해도 마냥 농사가 녹록지 않다는 정도만 보여줄 뿐 그 뒤 딱히 큰 타격을 받거나 하는 나비효과는 보이지 않고 작은 사회의 단점도 거의 드러나지 않는 시골 드림 그 자체였다. 명절에만 생기는 친척 모임 집안싸움이나 오지랖이 이것들보다 머리가 아플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영화가 영화인 것을 알고 있기에 약간의 판타지가 섞인 것을 알아도 힐링을 받는다.

현실 연애가 드라마 같지 않은 걸 너무나도 잘 알지만, 드라마 속 사랑놀음에 빠지듯이

포스터의 문구처럼 작중 내내 나오는 메시지는 명료했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 메시지에 빠져들어 영화가 흥행했을 것이고 나 또한 만족스럽게 보고 나왔다.

잠시 쉬어가고

조금 달라도

서툴러도 괜찮아

 

 

약간 아쉬운 건 92년생인 주인공이 어린 시절 일본요리인 오코노미야키를 엄마가 만들어준 추억을 떠올리는데

00년대 초반 당시 일본문화개방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무렵에 엄마가 어디서 그걸 듣고 만들어 준걸까

일본 원작이라고 집어넣어 어색해진 건 아닐까, 리모델링도 거치지 않고 어린 시절 집을 그대로 유지 중인데 장을 봐도 40분은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깡촌에 살면서 주방은 거치대가 붙어있는 서구식에 찬장이나 자잘한 소품들도 묘하게 여섯시 내 고향 등에서 보던 우리네 풍경들과는 괴리감이 느껴지는 게 아쉬웠다.

자취생의 냉장고에 붙은 에너지 소비효율 5등급 마크 스티커 등을 보면 디테일을 무시하는 제작진도 아닌 것 같지만

그런 사소한 부분에서 내가 알고 경험한 시골과 미묘한 차이가 나는 것 같아 자꾸 일본판을 따라가다 어긋남이 생겼나 싶은 의심이 들어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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