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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쓸모 본문

철학의 쓸모

개개비 2018. 2. 20. 06:03

 

나는 평소 넓고 얇은 잡상식 쌓는 것을 좋아한다.

온갖 장르를 가리지 않고 흥미 있는 곳은 찔러보지만 그중 건드리지 않는 분야가 몇 있었으니 그중의 하나가 바로 '철학'.

서양 철학자들의 이름은 얼마나 길고 복잡한지, 동양 철학자들은 이름이 뭐 그리 비슷한지 이름만 보고만 있어도 눈이 슬슬 감겨오고

결국 철학이란 단어 자체를 기피하며 살아왔다.

최근 몇 년 사이 가벼운 인문학책이 늘어나는 와중에 사라진 줄 알았던 흥미가 조금씩 생겨났지만, 평소 철학의 이미지에 더불어 쉽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에겐 어려워 보이는 책들의 인상 때문에 섣불리 손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발견한 이 '철학의 쓸모'는 제목에서부터 '쓸모'라고 하니 현실에 반영되는 이야기가 쓰여있지 않을까? 현실과 반영된다면 그리 어렵지도 않을 터.. 라는 의식의 흐름을 거쳐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슬쩍 보다가 뒤표지에 쓰인 문장들을 보고 내가 원하던 것이 정말 맞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서 도전하고 성공한 책이다.

 

첫인상부터 세련된 표지와 두껍지 않은 분량, 철학책치곤 꽤 크다 싶은 글씨 크기로 부담감을 덜어줬는데 거기다 반쯤 걱정하며 읽어보니 기본적으로 강연을 엮은 책이라 '알쓸신잡' 이나 '어쩌다 어른' 같은 예능과 교양이 섞인 프로그램처럼 썩 무겁지 않아 극기복례니 인이니 성무선악설이니 성악설이니 하는 것들도 대충만 알고 있었지 뭐가 뭔지 별 신경도 안 쓰던 내가 읽는 내내 흥미를 잃지 않고 깨달음을 얻을 정도로 철학 무식자들이 읽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또한, 철학자들의 사상에 바탕이 되는 일화들을 넣어 중간중간 쉴 틈을 주고, 전체 구성이 챕터의 주제에 맞는 비슷한 사상의 동서양 철학자들을 비교하는 구성이라 차이나 공통점을 알아가고 현시대에 맞게 적용을 해보자여서 자체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만약 철학자들을 외워야 하는 학생이었다면, 이 책이 좀 더 빨리 나왔다면 내 성적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가장 좋았던 점은 이런 비슷한 부류의 책들에서 제일 싫어하는 '본받아라', '반성하라', '외워라' 같은 이야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으면서 오히려 외우지 말고 까먹어도 된다. 알고 나서 현실에 적용하면 된다고 하면서 살기 힘든 요즘 젊은이들과 남녀노소들을 위로해주는 듯한 논평들은 읽는 내내 생길 뻔하던 부담감을 한층 덜어주고 한편으론 위로받는 느낌마저 드는지라 읽는 내내 장르 소설을 읽듯 재미 그 자체만을 느끼고 집중하며 읽어 오히려 편안하게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고 만약 기회가 된다면 실제 강연도 한번 들어보고 싶다고 느낄 정도였는데 아마 그럴 일이 생길 확률은 낮을 터니 일단 같은 저자의 다른 저서부터 읽어보려 한다.

 

철학의 쓸모 - 10점
김경윤 지음/생각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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