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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

토이 스토리4

개개비 2019. 7. 4. 01:01

 

 

난 픽사의 작품 중에 토이 스토리 1편을 가장 좋아하고,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도 우디이다.

가장 평이 좋고 인기가 좋은 3편은 오히려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토이 스토리의 이야기는 3편으로 완벽하게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해 왔기에 외전이 아닌 정규 후속작이 나온다는 게 여운을 없애는 거 같아 탐탁지 않았다.

기대보단 걱정이 더 큰 상태로 영화를 보았고 다행히 영화 자체는 내가 가장 재미없던 2편에 비해 재미는 있었다. 만약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아니라면 만족하고 봤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토이 스토리의 4편이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것보단 아쉬운 걸 자꾸 먼저 찾게 된다.

 

긍정적으로 느낀 부분부터 먼저 써보자면

 

첫 번째 - 우디의 과거 회상 장면 연출

우디를 가운데에 두고 회전하면서 1편에서 3편까지의 이야기, 앤디와 우디의 이야기를 요약해서 보여주는 연출은 아주 감각적이면서 짧지만 명확한 요약이었다.

 

두 번째 - 발전하는 그래픽

다른 작품들 아무거나 골라 서로 비교해도 되지만 역시 최초의 풀 3d 장편 애니메이션인 토이 스토리는 그 시리즈만 봐도 그래픽의 역사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생각된다.

 

세 번째 - 센스있는 개그씬

어른이나 아이 둘 중 하나를 웃기려고 하면 오히려 쉬울지도 모르겠으나 세상의 온갖 문물을 즐겨 눈이 높아진 어른들과 순수한 아이들 모두 웃을 수 있는 개그씬을 기가 막히게 넣었다고 생각된다.

스토리에서 슬프거나 진지한 것 보다 남을 웃기는 이야기를 구성하는게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데도 늘 잘 살리는 픽사 제작진은 역시 대단하다.

 

네번째 - 존 라세터의 부재가 느껴지지 않는 점

픽사와 토이 스토리의 시작이고 시리즈에 모두 참여를 한 존 라세터가 충격적이게도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여 나의 멘탈에 충격을 주었었는데 다행히도 그가 빠졌다고 해서 토이 스토리의 색이 죽는다는 느낌을 받거나 하진 않았다.

물론 애니메이션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고 아쉬운 점들이 있었는데 그것이 존 라세터의 부재의 영향인진 내가 픽사 관계자가 아닌 이상 다큐멘터리를 아무리 봐도 내가 제작진들이 얼마나 어떻게 참여하는지 다 파악할 수 없으니 말이다.
 

 

이렇게 네가지가 있다.

 

그럼 이 외의 나머지는 다 싫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전 시리즈들을 최근엔 보지 않아 기억이 불분명 하기도 하고, 수학 문제처럼 답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선과 악의 대립하는 이야기도 아니고, 내 취향에 벗어나서 그렇지 스토리는 이런 흐름이 맞는것인가 헷갈리기도 해서 단점이라고 확실히 짚기엔 망설여 지기도 한다.

그래서 일단 부정적인 부분이 아니라 아쉬운 부분으로 평가해 보면

 

첫 번째 - 바뀐 보핍의 디자인과 캐릭터성

집을 떠나 골동품 가게를 넘어 놀이터 인형이 되기까지 험난한 삶을 겪었고, 비중이 적던 조연에서 투 톱 주인공급으로 비중이 성장했으니 디자인이 바뀌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존의 앤티크한 도자기 인형이었던 보핍의 디자인을 좋아했고, 기존보다 활동성 좋은 모습으로 머리 비율도 커지고 의상도 바뀌고 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려 했지만 다른 건 몰라도 눈이 몇 배로 커진 것은 역시 참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겠지만 기존과 너무나 바뀐 모습에 신규캐릭터가 아닌데도 괴리감이 느껴졌고 후술할 이유까지 덧붙여져서인지 묘하게 정이 가지 않는 캐릭터로 남았다.

 

두 번째 - 기존 캐릭터들의 비중 대폭 감소

늘 큰 도움을 주는 스팅키나 웃음 포인트인 포테이토 부부(얼굴 분해 개그가 초반에 잠깐 나오긴 했다만), 겁많은 공룡 렉스, 제시와 불스아이 등등 20년 넘게 정이 든 캐릭터들의 비중이 대폭 하락한 것은 물론이고 주인공인 우디의 앤디 다음으로 가장 가까운 친구인 버즈또한 비중이 아주 작아졌다.

다른 캐릭터들에 비하면야 등장 횟수나 시간 등이 많았지만 이젠 투 톱 주인공이 아닌 비중 큰 조연으로 느껴졌다.

이것은 내가 기존의 둘 캐릭터의 우정을 좋아하기 때문에 과장되게 느낀 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속상한 건 속상한 것이다.

 

세 번째 - 신규 캐릭터의 캐릭터 성

카붐은 엔딩크래딧까지 개그씬을 담당했지만, 생김새 때문인지 바비의 남자친구 캐릭터가 연상되었는데 이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솜인형 콤비는 큰 웃음을 여러 번 선사했지만 경품 인형이라는 한계 때문에 일부러 그런 것인지 별로 사랑스럽지 않은 디자인이라 재미와는 별개로 굿즈를 사고 싶어 지거나 재미를 넘어선 상품 캐릭터로서 애정이 생기지 않았다.
 

네번째 - 우디와 보니의 성장은?

지금까지 썼던 것들은 내 취향 문제구나 싶거나 어느정도 사소하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 사실 기존 시리즈들에서도 따질 수 있을만한 요소라 생각 된다. 굳이 하나하나 적어서 그렇지

하지만 작중 가장 중요한 우디와 우디의 주인인 보니의 문제는 나에게 어려모로 생각이 많아지는 요소였다.

 

일단 우디는 앤디의 가장 친한 친구였고 오랜세월 성장과정을 지켜본 파트너이다.

3편 마무리에서 앤디가 가장 아쉬워 하면서 보니에게 소중한 친구라고 마지막의 마지막에 건내주기도 했고, 4편 통틀어서 가장 주인에게 좋은 방향으로 집착하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보니는 역시 어린애 답게라고 할지 앤디가 특별하다고 했던 말건 우디를 옷장에 방치하고 혼자 남겨지는 횟수가 많아졌다.

주인이 놀아주는 것이 일이고 가장 큰 기쁨과 보람이자 삶의 이유인 장난감인데 주인이 있으면서도 방치되니 앤디의 그리움만 점점 커져가고 자신을 이용해 놀이를 하지 않아도 주인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것으로 자신의 위치를 찾으려는 모습이 내내 보이는데

그렇게 집착을 했지만, 마지막엔 새 주인인 보니가 자신을 버리거나 잃어버린 것도 아닌데도 보핍과 함께 오랜 세월을 함께한 동료와 헤어지게 되는데 나는 이것이 우디의 성장인지 아닌지가 헷갈린다.

작중 악역을 통한 갈등과 마무리를 통해서 보면 주인 하나에 집착할 필요가 없고 자유를 찾아 세상 구경하는 것도 좋다... 인 듯한데,

개비개비는 주인에게 버려진 적이 있는 것도 아니라 골동품점 손녀에게만 집착할 필요가 없던 것이지 이미 새 주인이 있는 우디가 주인이 놀아주지 않는다고 스스로 떠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소리상자를 우디에게서 돌려주지 않는데 우디의 장난감 요소 중 큰 소리장치를 뺏기는게 팬으로서 마음에 안 들어서 마지막까지 굳이 뺏어 가야 하나 싶기도 하다. 저런 형태의 인형들은 소리 장치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도 하고. 만약 개비개비가 소리 장치가 결합품인걸 알고 주인이 버렸던 인형이라면 또 모를까.

그리고 어린아이는 원래 물건에 쉽게 질리기도 하고 한편으론 물건에 집착을 많이 하기도 하는데 아직 유치원에 겨우 들어가는 보니가 놀아주지 않는다고 굳이 떠나야 하는가 싶다. 앤디가 너무 모범적인 주인이었고 자신이 1등이었기 때문에 적응도 못 하고 그리움까지 생긴 거 같은데 주인이 안 놀아준다고 먼저 새 주인 찾으러 떠나는 장난감이 장난감으로서 옳은지 아닌지 나도 잘 모르겠다.

토이스토리 시리즈건 타 미국매체를 보면 장난감이나 물건을 물려주거나 중고로 싸게 파는 문화가 발달한 듯 한데 어짜피 새 주인을 만나려면 더 기다리면 되는게 아닌지. 혹은 보핍 말대로 세상 구경을 하고싶어 서라면 여태까지 장난감으로서의 삶, 주인을 위한 삶을 가장 중요시 하던 우디캐릭터로는 좀 뜬금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만큼 앤디가 가장 중요했고 마음이 흔들리는 와중에 과거의 연인을 만나 자아찾기 여행을 떠나는 것을 위해서라면(후속작을 위해서라면) 일부러 이런 식의 전개를 낸건가 싶기도 하지만 기존 3부작의 틀을 좋아하던 나에겐 반가움보단 아쉬움이 가득하고 기존 시리즈들 처럼 한 작품만 봐도 후속으로 이어질 것 없이 완결성이 느껴지는 스타일에서 약간 벗어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니면 우디의 주인은 역시 앤디뿐이라는걸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시리즈의 시작이 앤디의 최고 파트너 자리를 뺏기는 게 싫어서였고 그 후로도 내내 앤디를 사랑하고 앤디에게 돌아가는 플롯이었으니까

다른 장난감들은 새 주인을 만나고 새 인생을 찾아도 우디에겐 앤디뿐이니 오히려 큰 미련 없이 새 세상을 보려고 떠난다거나.
 

 

이런 맥락에서라면 보니의 전무한 성장요소도 이해할 수 있다.

사실 기존 시리즈에서 앤디가 작중 스토리에 크게 관여를 한 것은 3편 외엔 딱히 없지만 굳이 스토리의 시작이 보니의 미성숙한 모습인 것은 보니(주인)의 비중을 늘리기 위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장난감과 장난감을 소중히 여기는 주인의 유대는 이미 3부작으로 끝냈으니 이제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만 등장하는, 스토리의 밖에서 알아서 성장하는 주인공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넣으려는 시도라 본다.

유치원에 가기 싫어했고 장난감을 들고 가려 했지만 실패했다가 직접 만든 장난감으로 기운을 낸 보니는 마지막에도 새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포크로 쓰레기 재활용 장난감을 만드는 것에 그치는데 처음 볼 땐 기존의 포테이토 부부의 만남을 따온 모습 같았지만 한편으로 후속작에서 집에 남은 버즈와 제시일행을 통한 보니의 성장 이야기를 위한 떡밥이라면 깔끔하지 않은 구석을 조금 넣는 게 이해가 되기도 한다.

우디 말대로 아직 보니에겐 장난감들이 필요하니 동료들의 만류에도 결국 따라간 우디가 사라지니 보안관 자리를 이은 제시가 따라가고 역할을 이어받는 것 같던데 어쩌면 작중에서 굳이 넘겨도 되면서도 포키가 왜 말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대사를 넣은 것도 처음 만든 장난감인 포키가 미성숙한 보니를 표현하는 요소라 성장함과 동시에 쓰레기로 돌려보내서 할 일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줄지도 모르겠고…. 픽사 제작진이니 단순히 우디가 자신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존재를 넘어선 역할을 하려고 만든 캐릭터이지 않을까 싶다. 자작 장난감이 아니라 단순히 새 인형 사와서 들고 다니다가 자리를 뺏기는 건 1편의 플롯이라 바꿨던가…….

어차피 아무리 상상하고 예상해봐야 내 빈곤한 상상력보단 픽사 제작진들이 더 상상력이 뛰어날 테니까 기다리면 후속작이든 뭐든 나올테니 이제 생각은 그만하고 기다리려고 한다.
 

아무튼 나는 우디가 앤디와 헤어지기까지 했는데도 소리상자도 뺏기고 다른 친구들과 헤어져서 멀리 떠나버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것은 후속작들이 3편을 넘어선 감동을 줘서 좋은 평을 받는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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